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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K-pop

레드벨벳 러시안룰렛 뮤직비디오의 구림



 9월 초 레드벨벳의 새 앨범 러시안 룰렛의 컨셉이 하나씩 공개되자 기다리던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인 동시에 어리둥절했다. 러시안 룰렛 (즉 서로의 머리에 총을 겨누어 누가 죽는지 시험하는 내기 혹은 게임)의 제목을 달고 연이어 공개된 이미지들은 애매했다. 밝은 파스텔 톤의 장식과 머리핀과 유아적인 의상으로 범벅된 사진 사이로 팬들은 어떻게든 멤버들의 미모만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9월 7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고 팬덤 내외부로 크고 작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컨셉의 문제


 일단 뮤직비디오에 레드벨벳이 착용한 의상은 세가지 정도로 구분된다. 첫째는 허벅지 옆라인이 살짝 트인 (일반인 은꼴사.gif 혹은 요즘 중딩발육상태.jpg 등으로 가장 쉬운 몰카대상이 되는 운동복바지) 돌핀 팬츠와 하얀티셔츠와 알록달록한 니삭스와 오버니삭스로 어딘가 일본의 구식 여자아이용 체육복인 부르마를 떠올리게 한다. 두번째는 테니스복으로, 짧은 테니스 스커트와 여성스러운 둥근 넥카라의 상의 그리고 운동화. 세번째는 주로 댄스장면과 개인컷에서 등장하는 알수없는 파스텔톤의 뒤죽박죽 옷들이다. 

 2016이후로 이미 수많은 중소 기획사의 여자 아이돌 그룹이 위에 열거한 컨셉의 의상으로 고밀도의 뮤직비디오와 무대를 뽑아내었기 때문에 허술한 코디와 한물간 컨셉의 치밀하지 못한 재현은 열화 그 이하로 느껴져 눈이 높아진 케이팝 팬들의 취향을 충분히 만족시키기에 어렵다. 또한 등장하는 의상의 대부분이 비 활동적인 활동복의 형태이기 때문에(오버니삭스에 볼드한 목걸이나 쵸커를 착용하고 운동하면 쉽게 다치거나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테니스스커트의 비실용성과 여성혐오적 측면은 이미 많은 이에게 지적 당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스커트가 아닌 바지를 입는것이 장려되고 있다) 보는 이들에게는 매우 플랫한 대상화로 느껴지는 것이다. 

 이미 단물이 빠진 테니스스커트와 플랫하게 대상화된 여자청소년이미지는 레드벨벳의 팬들이 기다리던 것이 아니다. 덤덤 혹은 아이스크림케잌에서 보여지던 로봇-무기물과 같은 모습으로 대상화를 가장 피해가면서도 "러시안 룰렛"이라는 앨범의 제목과 걸맞게 긴장감있는 연출을 바랬을 것이다. 

 뮤직비디오에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레드벨벳 멤버들의 "러시안 룰렛"은 어떤 긴장감도 없다. 전혀 다른 와이어에 매달린 냉장고를 떨어뜨리기 위해 털실을 자르거나 테니스공을 다른 멤버의 얼굴위로 쏟거나 수영장에서 밀치고 라커룸에서 라커를 쓰러뜨린다던가 하는 장면들은 하나같이 평화롭거나 "Mean Girls"라고 부르기에도 부끄럽다. 전형적인 이지메상황의 묘사와 비현실적인 폭력상황을 섞어서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걸고 내기하는 러시안 룰렛의 컨셉이 아닌 "나 너 미워 죽어"의 이지메뮤비가 되었다. 올해 하반기에 공개된 NCT 127의 소방차에서 백인 여자 위로 물총을 쏘는 장면과 마찬가지로 불쾌함만이 남는다. 귀여운 소녀들의 짖궂고 잔혹한 장난 이라는 표현이 여성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이해부족과 편견에서 새어나오는 여성혐오적 발상에서 기인됨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지적에 그래도 다른 측면에서의 이유와 의의가 있습니다 라고 반박하는 것은 취좆과 취존의 세계에 사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뮤직비디오 촬영의 문제


 슬프게도 촬영과 편집부터가 통일성이 없었다. 이전 뮤비들의 로봇-무기물-연속체 적인 컨셉이 남아 여전히 정적인 장면에서는 멤버들이 정면을 바라보며 무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댄스 장면에서는 재기발랄한 운동복입은 장난꾸러기 이지메 소녀들을 나타내기 위해 합이 맞지 않는 군무와 함께 밝게 웃는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고, 카메라워크는 그러한 활발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지저분한 동선으로 흔들흔들거린다. 이 두개의 연출이 완벽하게 충돌하고 있다. 무표정소녀들의 달콤살벌씁쓸이지메대작전 같은게 하고 싶었다면 그것을 하고, 재기발랄깜찍운동부소녀들의 좌충우돌테니스살인사건이 하고 싶었다면 그것을 하면 되는 것이다. 하나의 통일되지 못한 컨셉이 어느 쪽으로도 자리 잡지 못한 이상한 영상을 만들어 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통제되지 못한 영상 사이로 비져나오는 레드벨벳 멤버들의 눈빛이다. 컨셉의 대한 이해가 부족했거나(애초에 컨셉이 이상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입하지 못했거나) 촬영감독의 디렉션이 미흡하거나간에 이전뮤직비디오에서와는 달리 멤버 하나하나가 컨셉과 충돌하며 조금이나마 캐릭터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위안으로 삼는 것은 오타쿠적 감상이며, 결국 이번 레드벨벳의 러시안 룰렛은 실패한 컨셉이라는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취좆과 취존의 문제


 테니스 스커트와 니삭스와 돌핀팬츠 등등의 이미지와 컨셉은 이미 다른 중소기획사의 아이돌 들에 의해 많은 반복이 있었다. 생각나는 대로 떠올려봐도, 여자친구, 러블리즈, 오마이걸 등등의 무대와 뮤직비디오에서 교복, 테니스스커트, 니삭스, 세라복, 체육복, ,유치원복, 흰양말, 소녀스러운 원피스 등이 떠오른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고 주장해봐야 사용하는 레퍼런스의 큰 차이가 없을때에 일반인이 느끼는 차이점은 0에 가까울 수도 있는 것이다. 멤버들의 미모가 아름답고 그래도 다른 싸구려 섹시컨셉과는 다르다고 주장해봐야 취향에 대해 정당화하고 최대한 비판할 수 있는 지점을 가리는 것일 뿐이다. 


2016년의 케이팝


 케이팝은 처음부터 열화된 컨텐츠였고 노골적인 성적대상화 포르노에 가까웠기 때문에 케이팝에 기대를 걸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주장은 모든 주장중에 가장 하나마나한 주장들이다. 케이팝이기 때문에 기대되어야 하고, 케이팝이 아니어도 기대되어야 한다. 2016년은 그런 해 이다. 정말로 케이팝이 포르노라면, 그것은 포르노로 소비 되어져야한다. 현재와 같이 아이돌이 10대의 장래희망의 대부분이 되고, 아이돌이 입은 스타일이 다음날부터 유행한다면 그것이 과연 포르노로 기능할 수 있는가?

 포르노의 것은 포르노에게 대중미디어의 것은 대중미디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