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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교통사고를 당했다 (1)

2월 28일, 그러니까 2월의 마지막 날 저녁.
나는 강남의 모 건물 앞 주차장으로 나서고 있었다. 비가 많이 내려 시야가 어두웠는데, 일행을 만나기 위해 휴대폰을 확인한 순간 쿵 하고 커다란 무언가가 내 왼쪽 몸에 부딪혔다. 튕겨져 나간 채로 휘청이며 나를 밀어낸 것이 무엇인지 멍하니 보았다. 하얀색 트럭이었고 아마도 물류배달용의 조금 작은 사이즈의 트럭이었다. 나는 부딪힌 팔을 감싸쥐고 옆에 비껴서서 운전자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검은 마스크를 쓴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홀쭉한 젊은 남자가 느릿느릿 나왔다. 사고의 충격으로 아무 말 못하고 서있었는데, 그가 괜찮냐고 물으며 상태를 확인했다. 정신이 없어 일단 번호만 받고 약속장소로 이동하는데, 일행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가까운 친구와 지인에게 사고상황울 알리자 어서 응급실에 가야한다는 말을 듣고 그제야 정신이 들어 지하철 역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가까운 대학병원의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교통사고로 왔다고 말하고 서류를 작성하고 앉아서 기다렸다. 문득 이 상황자체가 속상하고 서러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일행과 겨우 연락이 닿았고 병원으로 오겠다는 답을 듣고 진료실로 이동했다. 혈압은 평소보다 조금 높개 나왔지만 크게 문제없는 수치였고, 찰과상이 없어 겉으로 보기엔 이상이 없으니 X-RAY 검사를 하기로 했다. 응급실 내의 침대로 자리를 배정받고 기다렸다가 의사가 와 근육이나 뼈에 이상이 있는지 물어보고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들을 확인했다. 왼쪽 새끼손가락부터 팔꿈치까지 저릿저릿하고 다리와 목 뒤가 뻣뻣한 느낌이 들었다. X-RAY 검사결과로는 일단 뼈나 근육의 큰 문제는 없었고, 인대손상이나 타박상에 관한 검사는 외래에서 따로 접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진통제와 근이완제를 처방받고 원무과로 이동했다. 일행도 도착했다.
원무과에서 수납을 하기전에 트럭운전수에게 연락을 했다. 합의금을 원하냐 보험처리를 원하냐 묻기에 보험처리를 해달라했고 사고 접수가 되어 사고번호로 원무과에서 수납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약을 먹고 잤다. 다음 날 일어나니 왼쪽 몸 전체가 아릿했다. 특히 다리와 허리까지 저리고 붓는 느낌이 들었고, 손바닥의 통증도 강해졌다. 근방의 정형외과로 가 허리와 손바닥의 물리치료를 받았다. 교통사고의 후유증은 보통 천천히 오기 때문에 반드시 2주 이상 경과를 지켜봐야하니 병원에 계속 나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래도 크게 다치지는 않아 다행이다라고 생각 하고 있었는데 그날 저녁 하혈을 하기 시작했다. 피가 섞여 냉과 함께 나와 생리가 거의 끝나갈 쯤 처럼 묽은 피가 속옷에 묻어있었다. 온갖 무서운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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