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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교통사고를 당했다 (2)

http://do-i-know-you.tistory.com/60

위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하혈을 했고, 진료를 위해 동네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산부인과에서는 방문사유를 듣더니 곤란한 얼굴을 하고 교통사고 관련 증상은 대형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며 접수를 받아주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이었던 K의료원에 전화를 하자, 이미 주말까지 예약이 다 차있으니 다음 주 평일에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예약을 올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다. 하혈은 점차 잦아들어 예약 당일에는 거의 멎은 상태였다. 

병원에 들러 검진을 기다렸고 예약을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진료를 담당한 중년의 남자 의사는 내내 귀찮고 불쾌한 투로 안내했고, 자궁경부암검사도 하자고 했다. 나는 자궁경부암 검사를 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의사는 대꾸없이 그냥 검사를 진행했다. 함께 검사를 맡은 간호사가 달래주는 말투로 대해주어 조금 위안이 되었다. 검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를 듣기 위해 파트너와 함께 들어갔는데, 이 중년의 못생긴 남자 의사가 상당히 귀찮다는 듯이 지금은 하혈이 없고 이상이 없어 보인다 우리로서는 원인을 알 수 없다 라고 했다. 나는 너무 황당해서 그럼 교통사고 이후 하혈증상을 호소해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왔다는 소견서라도 써달라고 요청했지만 인상을 쓰며 한숨을 쉬더니 뭘 몰라서 그러냐, 그런거 의사가 함부로 못해준다. 라고 짜증을 내는 것이다. 그럼 진단서라도 떼달라 했더니 그도 안된다고 우겼다. 그 와중에 파트너는 한마디도 없이 그런 상황을 보고 있었다. 

지치고 화가난 상태로 수납을 기다리고 있는데, 전체 진료비가 20만원에 가깝게 나왔는데도 나는 진단서도 소견서도 원인도 얻지 못한채 집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 바로 고객상담부스로 가 불만에 대해 작성하고 기록을 남겨 두었다. 상담부스의 담당자들도 황당해 하며 진단서는 당연히 떼갈 수 있고, 소견서에는 교통사고 원인이라고 쓰지 않는다면(나중에 보험사와 소송이 생길 수 있기때문에)작성도 가능하다고 안내했고 그 자리에서 산부인과 측과 유선으로 연락을 해주었다. 두 장의 기록을 남기고 병원을 나섰지만 여전히 화가 가시질 않았다. 의자라도 발로 차고 나올까 싶었지만 바로 앞에 기물파손과 진료방해에 대한 벌금과 처벌에 대한 안내문이 크게 붙어있어 잠자코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와서도 불쾌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고, 해당 의사의 이력을 조회해보았다. 산부인과 관련으로 불임연구를 많이 하는 사람이었고, 직접 작성한 칼럼들은 고리타분하고 구식의 사고방식이 많았다. 황모박사의 복제실험과 연관된 연구를 하다가 황모박사가 떨어져나가면서 본인도 출세길+명예를 붙들지 못하고 사는 사람인 것 까지 알고 나니 나에게 왜 그렇게 짜증을 내었는지 알만도 했다.